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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고백의 글쓰기로 다시 읽는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2190

  이 글의 목적은 『사기(史記)』의 일부를 사마천(司馬遷)의 자기고백의 글쓰기로 읽는
데 있다. 사마천은 궁형(宮刑)이라는 죽음보다 못한 형벌을 받은 이후, 수치와 고통 속에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사기』를 집필한다. 생의
과업이 된 『사기』의 집필은 사마천에게 단순한 저술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사인(私人)의 자격으로 완성된 이 글에는 역사 서술이라는 사명감과
더불어 사마천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인물과 사건의 취사선택, 편집과 평(評)에는 사마천이 스스로의 고통과 불행을 받아들이고, 후인들의
평가와 훗날의 명예를 기약하는 자기고백이 숨겨져 있다. 
   『사기』의 행간에는 사마천이 구차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무고함을
밝히려는 자기변호, 재물의 결핍에서 빚어진 한탄과 슬픔, 후인들의 평가와 명예 회복을 기대하며 현재의 고통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드러나 있다.
오자서(伍子胥), 한신(韓信) 등 작은 절개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성취한 인물에 대해 세간과는 다른 평가를 내림으로써, 그들의 행위를 변호하는
한편,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서는 이릉(李陵) 장군의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사마천의 억울함을 드러내었고, 각종
점술과 미신, 제사에 탐닉한 무제(武帝)의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자기에게 벌을 내린 무제의 비이성적 행위를 교묘히 노정시켰다. 또한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는 서사의 틀과 사유의 방식을 깨뜨리면서까지 독특한 재물관(財物觀)을 피력하였는데, 이는 ‘재물의 부족’에서 비롯된
그의 고통을 드러내는 방식에 다름 아니다. 또한 공자(孔子)를 과감히 세가(世家)에 편입시킴으로써,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는 한편 후인의 평가와
명예를 추구가 가진 함의를 서술하였다. 이러한 서사들은 모두 사마천의 개인적 고통을 투영한글쓰기, 또는 자기고백으로 독해될 수 있다. 
   사마천의 삶을 뒤흔들었던 고통,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은 『사기』 저술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타인의 서사와 자신의 서사가 서로 뒤섞여 만들어진 이야기, 그것은 역사 속 그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마천의
이야기이다.


 주제어 : 사마천(司馬遷),『사기(史記)』, 글쓰기, 자기고백,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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