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문학의 치료적 기제에 관한 논의를 바탕으로 그 다양한 적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문학적 행위가 치유적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비판 정신, 즉 ‘생각하는 힘’이 개입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힘은 데리다가 강조하는 파르마콘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이 균형적으로 유지될 때 발휘될 수 있다. 문학을 통한 치유의 근원에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 즉 철학하기라는 개념이 있다. 철학과 문학은 인간의 아픔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논리의 로고스와 웅변의 파토스를 통해 서로 만나게 된다. 치료적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문학의 작동 양태는 서양의학에서 치료를 정의하는 관점에 따라 나뉘는 카테고리의 틀 속에 대입될 수 있다. 한 카테고리는 서양의학의 주된 치료방법인 이종요법이며 다른 하나는 이 이종요법과 대비되는 개념의 ‘동종요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현대의학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대증對症요법’이다. 문학의 치유적 기능을 이야기할 때 치유는 질병으로부터의 치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실존 환경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문제들로 인해 야기되는 일상의 고통으로 부터의 치유를 의미한다. 이 고통들의 원인은 대부분의 경우 근본적으로 제거될 수가 없다. 따라서 문학의 치유적 활용은 원인요법적 치료 철학보다는 대증요법적 치료 철학을 그 행동의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다. 쓰기나 읽기 혹은 분석하기 등의 다양한 문학행위는 병인제거를 위한 치료guérison의 도구라기보다는 돌봄soin의 도구다. 치료에 있어 문학의 역할은 우리 아픈 마음의 병인을 제거해주는 일보다는 그 병이 주는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혹은 그 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고와 표현 그리고 감응의 능력, 즉 소통의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문학과 철학을 통해 소통의 능력을 키우는 일은 결국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면역 및 저항능력을 키우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주제어
문학치료, 인문치료, 치료기제, 대증요법, 파르마콘